2023-04-04 어나더 라운드 (Another Round), 2020
매즈 미켈슨 주연의 중년 아저씨들의 불행한 인생 탈출기. 내용에 대한 것보다는 느낀점 위주로 적어본다.
의도한 내용이 어떤 것일지 정리하는데 사실 애를 먹었다. 아저씨들이 각자의 이유로 불행을 느끼고 있을 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5 % 부족하다는 어떤 학자의 이론을 장난반 진지함 반으로 실험하게 되는데, 잘 되가는 듯 하며 광명을 찾은 듯 하다가 결국 알코올을 절제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폭삭 망하게 되었다 다시 약간의 광명을 맛보는 내용이다. 얼핏보면 뻔한 내용인데 곰곰이 영화의 장면들을 되짚어보니 느껴지는 점들이 떠올랐다.
영화에는 크게 대비되는 2가지 집단이 나오는데 4명의 주인공을 대표하는 중년의 인생들과 그들이 가르치는 고등학생들이 나온다. 즉 한국버전으로 말해보면 꼰대아저씨들 vs 요즘 MZ 세대 구도가 되겠다. 영화의 인트로에 젊은친구들이 호수를 한바퀴 도는 동안 맥주 궤짝을 마시는 놀이를 하는 내용이 나오는 반면 우리 아저씨들은 40살 생일 모임 임에도 불구하고 메즈 미켈슨은 눈물을 흘리는 등 조금은 우울한 장면으로 시작하게 된다.
학생들은 술이 즐겁고 행복을 증진시켜주는 도구인 반면에 우리 아저씨들에게는 울적한 삶의 순간적인 도피처이자 동반자인 것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묘사는 아저씨들이 실험의 최대치까지 가보자며 아주 즐겁게 놀다가 결국에는 개판을 치게되는 상황에서 절정에 이른다. (근데 나도 오랜만에 친구들과 이렇게 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ㅋㅋ) 여튼 양측이 술을 유용하는 방식이 대비되는 것으로 나오다가 시험만 다가오면 불안 초조에 못이겨 눈물까지 흘리는 학생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게 하는 실마리가 나온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학생이 테스트를 앞두고 포기하려 하자 음악선생님은 학생에게 자신이 마시던 술이 든 생수병을 건네고 학생은 무사히 졸업할 수 있게 된다. 대비되는 2가지 집단이 나오지만 사실은 어떤 집단이 어리든, 다르든, 늙었든 간에 각자 개인의 문제는 있기 마련이며 해결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장면을 건네줌으로써 두 집단이 사실은 별개가 아닌 같은 인간이며 나의 과거이고 너의 미래이며 결국은 같은 하나이다 라는 느낌을 주는 플롯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성 넘쳐 보이는 각 학생들이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도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마지막 졸업식 장면, 장례식 장면에서 꼬마들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의 노래 가사들도 화합, 아름다움에 대한 가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우리 모두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고 각자의 문제도 다르지만, 이러한 다름을 공통적으로 가진 것 조차도 인간이 비슷하다는 방증임을 감독은 보여주고 싶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좀 뒤죽박죽인 상황이다. 메즈 미켈슨은 아내와 다시 잘해보려다 망한상황 이었는데 다시 잘되는 것 같은 상황이 나오고, 친구는 갑자기 자살을 해 장례식이 끝난 상황에서 4명의 친구들은 망연 자실한 상황이고, 자신들이 가르친 학생들은 4명의 친구들이 장례식을 마치고 온 레스토랑 근처에서 졸업파티를 즐기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얽히고 설킨 좀 복잡한 상태로 마지막 씬은 돌아간다. 그래도 결국엔 젊은친구들의 에너지와 동화되어 우울한 상황이지만 남은 3명의 친구들도 춤을 추고 즐겁게 마무리 된다. 특히 메즈 미켈슨은 젊었을 때 열심히 배웠다던 재즈 발레를 멋지게 추며 꺼져가던 삶의 불씨를 재점화 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인생은 통제할 수 없으며 언제어디서 훅하고 돌덩이가 날아올지 모르지만 설사 돌에 맞았더라도 피흘리며 춤을 출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그러니 같이 더불어 극복하며 살아갑시다 라는 메세지를 전달하고자 함이 영화의 메세지 인 것 같았다.
“젊음이란 무엇인가? 하나의 꿈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꿈의 내용이다.
– 쇠렌 키에르 케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