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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31 히트 (Heat, 1993)

영화가 시작하고 인트로가 나온다. 어두운 밤 서로 절대 마주칠 일 없는, 그래서도 안되는 서로 다른 방향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양방향의 직선 선로가 나오며 그 위를 열차가 멈춰서며 한 남성이 내리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절대 이전 인생으로 되돌아 가지 않을 거라고 알 파치노에게 말하며 영화는 끝이난다. 워낙 유명한 명작이고 식당 대화씬과 마지막 장면 등 익히 유명한 장면도 좋지만 나는 위에서 언급한 인트로가 자꾸 생각이 나서 끄적여 본다.

열차는 기본적으로 양방향이며 절대로 마주칠 일이 없는 이동 물체이다. 마주치게 되면 아주 박살이 나고 치고 받고 큰일이 나게 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며 잠시 일이 있을 때만 멈출 뿐, 정거장 사이 사이를 지나갈 때는 멈춰서도 안되고 멈출일도 없다. 단지 돌진을 막아서는 장애가 나타날 때만 멈출 뿐이다. 쉼을 위한 멈춤이 아니다.

이러한 열차와 선로의 고유한 특성은 영화의 두 주인공의 성격과 대립관계에 딱 맞아떨어진다. 둘은 형사와 범죄자라는 양극단의 사람들이며 본인의 목표를 위해 쉼없이 철저하게 돌진하는 스타일의 인생들이다. 마주치면 아주 사단이 나는 거고 총질을 하며 죽일 듯 달려들어야 하는 숙명이다. 하지만 둘의 유명한 식당 대화씬에서 보듯 이 때 둘은 서로 본질적으로 같은 사람임을, 아니 고속열차임을 깨닫고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서로 반대 방향을 질주하는 열차이고 같은 선로에서 마주칠 일은 없지만 방향만 다를 뿐 질주하는 열차임을 인식함으로써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알 파치노는 가정과 사람보다는 사냥감을 죽어라 쫓는 사냥꾼처럼 형사일을 숙명처럼 여기며 끝까지 질주하고, 로버트 드 니로는 잠시 정거장에 멈추는 듯 했지만 열차의 본능으로 탈선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간다.

Told you I’m never going back.

결국 둘은 서로를 이해할 사람은 서로 밖에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영화는 마무리 된다. 짧지만 주인공의 성격과 영화의 큰 줄기를 잘 녹여낸 멋진 인트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