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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3 울산, 부산 여행

첫째 날

점심 때 짐 싸고 5시에 바로 출발. 딱히 목적이 있는 여행은 아니었다. 한 1년 전부터 즉흥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꼭 휴가철이 아니라 그냥 어디가보자! 생각나면 같이 가기 시작했다. 2주 전에도 토요일 오후 4시에 울진갔다가 바다보고 야참같은 저녁을 먹고 다시 올라왔다. 올라온 시간은 새벽 1:30분.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니고 다음날은 휴일 이니 부담될게 없었다.

5시쯤 출발하여 10시 즈음에 경주 관성 솔밭 해변에 도착하였다. 바글바글 하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의 오토 캠핑 자리는 차 있었고 화장실 옆 자리는 선호하지 않는지라 다른 빈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텐트 치는 곳이 뭔가 구역이 나눠져 있는 곳은 아니라서 적당히 자리를 잡으면 됐다. 이전 회사서 받은 2명이 들어갈락 말락한 원터치 텐트를 펴고 화로대에 참나무 장작을 지폈다. 이번에 산 장작은 꽤나 묵직했는데 좋은 나무여서 그런가? 아니면 습기를 머금은 것일까. 이 때 알았어야 됐다. 몇 시간 뒤에 추억 아주 제대로 만들어 갈 것을.

화로대에 장작을 지피고 그릴을 올려 삼겹살을 구웠다. 아내는 부르스타에 라면을 끓였고 나는 고기에 신경을 써야 하니 어서 그 와인을 달라고 재촉했다. 장시간 운전을 하고 목적지에 딱 도착하면 그렇게 술이 당기더라. 이번에 가져간 와인은,

  • 2018 도멘 드루엥 던디 힐 피노누아 (Link) (2018 Domaine Drouhin Dundee Hill Pinot Noir)

이다. 이름 참 어렵다. 검색 해보니 마침 양고기에 잘 어울린다네. 삼겹살 다음에 양고기 구울랬는데. 선물 받은 피노누아 잔을 가져가려다 깨질 것 같아 글렌 캐런잔을 가져갔다. 잔에 와인을 따르고 적당히 돌리고 마셔보았다. 에어링 할 시간 따위 아까웠다. 향은 진한 베리류의 느낌, 난 잼 같다고 표현하는데, 베리 이름으로 따지면 블랙베리려나? 블랙베리를 따로 먹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여튼 베리류의 느낌이 강하고 체리향, 낮은 주파수의 향이 난다. 맛은 향에서 이어오는 진한 베리류의 첫 모금으로 시작해서 맛과 향이 부드럽게 퍼지다가 타닌이 올라오기 시작하며 밸런스가 좋게 어우러지다가 타닌의 여운으로 끝났다. 솔직히 피노누아 중에 제일 맛있었다. 사실 피노누아 몇 병 마셔보지도 않았지만 색깔부터 시작해서 너무 가볍거나, 씁쓸 하거나 별 특징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선명한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베리 맛의 경우 Navigator 와인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그보다 강도는 훨씬 낮지만.

여튼 정리해보면 밸런스가 좋고 베리류의 맛도 선명히 보여주면서 오크 숙성의 우아함도 보여주었다. 훌륭했다. 베리류가 강하다고 해서 절대 단 와인도 아니다. 와인 시음기를 쓰려고 한 게 아닌데 길어졌네… 따로 써야하나? 그냥 여기다 쓰지 뭐. 여튼 최고!

둘 다 감탄하며 마시면서 양고기를 구워 먹고 라면과 라면죽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제 불멍 때리며 바닷소리를 감상할 시간… 여기 바다는 파도가 해변에 다 와서 치는 이상한 바다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간단히 설겆이를 하고 텐트에 누웠다. 뭔가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아. 윈디를 켜봤는데 신기하게도 동해바다 쪽에만 세로로 얇게 비구름이 떠 있었다. 쳐 본 적도 없고 귀찮아서 치지 않았던 타프를 치고 일찍 잠들었다. 더 일찍 잠들었어야 하는데.

그리고…